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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월의 늦가을

미안해요, 미안하다는 말만 해서. 그럴 수 밖에 없어서.



육섭 단편






너와 헤어진 이후로 집 앞의 벚꽃나무에 꽃이 세 차례나 피고 졌다. 그 3년이라는 길다면 길고,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텅 비어있던 너의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메꾸어보려 하지만 항상 허전해서, 자꾸 네가 생각이 나서, 너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과 참 예쁘게 웃던 네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려서, 사라지지를 않아서. 


매몰차게 날 버리고 떠나던 너의 뒷모습이 가끔씩 떠오를 때면, 난 이불을 뒤집어쓰고 너를 잊어보려고 다른 생각들로 머리를 채워보아도 빈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너를 막을 길이 없어 오늘도 난 결국 우리의 찬란했지만 슬프게 빛나던 그 날, 우리의 마지막 기억을 가슴 속 깊숙이에서 힘겹게 끄집어낸다.




"창섭이 형, 음.. 우리 이제 그만..할까요."



"응? 뭘 그만 해?"



"우리... 헤어지자고요."



"...어? 뭐라고? 야 아니, 야 육성ㅈ"



"그냥 질렸어요. ...미안해요 형"





창섭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헤어지자던 성재가, 더 이상은 말을 못 하겠는건지 할 말이 없는건지 벙찐 창섭을 한 번 바라보고는, 저 이만 갈게요. 라며 마음에도 없는 인사를 건네고 일어선다.




"앉아."



"네?"



".. 거짓말인 거 다 알아. 다 티 난다고. 거짓말 할 때 사람 눈 못 쳐다보는 거, 입술 만지는 거. 그거 다 네 습관이잖아. 저 거짓말 하고 있어요,하고 동네방네 소문 내고 다니는데 내가 너를 어떻게 보내? 가지 마, 성재야. 응? 제발 가지 마."




곧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서, 꾸욱 참고 겨우 한 마디를 꺼낸다. 거짓말 아니에요 형, 저 진짜 진심이에요. 이 말을 뒤로 성재는 한 걸음씩, 또 한 걸음씩 문과 가까워진다.



"야 육성재. 너 진짜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나랑 끝이야. 나 이제 네 얼굴도 안 볼거고, 네 생각도 안 할거야. 너 그래도 진짜 살 수 있어? 나 없이도? 난 안 되는데. 난 하루에 한 번은 꼭 네 얼굴 봐야하고, 또 하루 종일 네 생각만 나는데, 난 너 없인 못 사는데. 진짜 이렇게 가겠다고? 정말로?"




처음엔 한 방울씩 떨어지던 눈물이 이젠 꽤 굵은 눈물 방울이 되어 빠르게 뺨을 타고 흘러 내린다.



"미안해,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가지 마. 부탁이야 성재야."




"... 형 그동안 진짜 고마웠고요, 엄청 미안해. 나 맨날 행복하게 해줘서 고맙고, 나 이제 형 옆에 없으니까 꼭 건강하고요 아침에도 잘 일어나고요. 꼭.. 저 없이도 잘 지내야 해요."





딸랑 -




끝내 문 밖을 나갔다. 울며 성재를 부르짖던 창섭의 희망을 짓밟은 채로, 성재는 문을 열고 창섭이에게서 멀어졌다.




아마 그 때의 너도 울고 있었을까, 내가 울던 그 자리, 같은 곳에서 나만 보지 못했던 눈물을 너도 흘렸을까. 유난히 맑던 하늘과 유난히 강렬하던 6월의 그 햇빛이 네 눈을 비추었을 때, 네 눈에서 잠깐, 아주 잠깐 반짝이던 건 나와 같은 감정에 의한 슬픈 눈물이였을까, 아니면 예쁘게 빛나던 맑은 네 눈동자 였을까.



아마, 그게 후자였다면, 지금 저 멀리서 날 보고 있는, 3년만에 다시 보는 저 얼굴을 다시 마주칠 수 있었을까.




내가 생각하기엔, 네 눈에서 아주 잠깐 반짝였던 건, 예쁘게 빛나던 눈동자에 어울리지 않게 슬프게 고이던 건, 바로 네 눈물이였지 않았을까 싶다.


-





"미안해요, 떠날 때도 돌아왔을 때도 이런 말만 해서."




"보고 싶었어요. 떠난 후부터, 아니 떠나는 그 순간에도 보고 싶었어요. 사랑한다고.. 사랑한다고는 말 했어야 하는데. 미안해요 너무 미안해요. 그리고.. 사랑했어요. 아니 아직까지도 사랑해요. 이 말 못해줬던 게 너무 마음에 걸려서 .. 사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..."



"이젠, 이젠 절대 안 떠날게요. 그냥 형 곁에 있을게요.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, 영원히 형만 바라 볼게요. 평생토록. 그러니까 형도 이제 나 놓지 말아요. 끝까지 계속 붙잡아줘요."





__

END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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